어른들은 청어를 굽는다

리뷰

개봉일: 1996년 6월 22일
감독: 류숙현
각본: 김정호, 이용포, 류숙현
연출: 류숙현
장르: 코미디, 드라마
제작사: 삼환영화사
상영시간: 92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허준호: 박공엽 역
  • 이응경: 서운영 역
  • 박치순: 박현동 역
  • 이하얀: 윤희봉 역
  • 한범희: 이동수 역
  • 최준용: 선생님 역
  • 유종근: 경비 역
  • 김상중: 배현수 역
  • 김경진: 허승희 역

영화는 늘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왔다. 특히, 내가 겪어본 것들을 되돌아보며 그 속에서 나의 경험을 찾아볼 수 있을 때,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되곤 했다. <어른들은 청어를 굽는다>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 속에서 나의 부모님과 나 사이의 관계를 떠올리게 되었다. 영화 속 박공엽과 서운영 부부의 갈등은 나에게 어느 순간 내 부모님의 모습을 비추는 듯했다.

이 영화는 결혼 10년 차 부부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성장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공엽은 바람기가 있는 영화사 사장으로, 아내인 서운영과의 갈등 끝에 집을 떠나게 된다. 그는 애인과 더욱 가까워지며, 이로 인해 이혼의 위기를 맞는다. 그런데 그 위기의 중심에는 9살짜리 아들, 박현동이 있다. 현동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갈등 속에서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감정들을 떠올렸다.

나는 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그들만의 갈등을 꿰뚫어 볼 수 없는 존재였다. 어른들은 때로 나를 대하며 나를 보호한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그들은 나의 눈에 늘 복잡한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말하지 않지만, 그들의 눈빛에서 갈등을 읽을 수 있었다. 현동처럼 나도 그 시절 부모님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내 마음속에서는 부모님의 갈등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 불안 속에서 나는 성장해야 했다. 현동처럼, 나도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현동은 부모의 갈등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가 부모님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해결하려는 모습은 나에게도 익숙한 감정이었다. 나는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내 손으로 해결하려 애썼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의 갈등은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불안감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 그 불안은 부모님이 나를 보호하는 대신,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부모님의 싸움이 나를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더 이상 그들만의 세상에 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며 청어를 굽는 행위로 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에게도 가족이라는 존재는 매일 매일 쌓여가는 어떤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단순한 일상이 아니었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하는 모습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남겼다. 특히, 공엽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하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나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부모님이 나에게 보여주었던 삶의 변화를 떠올렸다. 그들도 때때로 변화하려 했고, 나도 그 변화를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리고 영화는 그 변화를 통해 화해를 이룬다. 공엽은 여전히 애인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지만, 결국 가족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된다. 현동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성장하고, 나는 그런 현동의 모습을 통해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감정을 되새기게 되었다. 어른들이 품은 복잡한 감정을 나는 알지 못했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90년대 한국 사회에서 흔들리는 가족 관계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것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내 부모님도 그런 갈등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했고, 나도 그들의 노력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부모님이 나에게 보여주었던 사랑과 그들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는지를 알게 되었다.

영화가 끝난 후, 나는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갈등을 넘어서는 화해와 성장, 그것이 바로 가족의 본질이라고 믿게 되었다. <어른들은 청어를 굽는다>는 나에게 그 본질을 일깨워주었다. 가족의 소중함과 갈등 속에서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지, 그 물음을 던지며, 나는 내 가족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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