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
리뷰
개봉일: 1995년 12월 30일
감독: 김성수
각본: 김성수
연출:
김성수
장르: 스릴러, 액션, 미스터리
제작사: 익영영화사
상영시간:
106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이병헌: 이동희 역
- 김은정: 최미란 역
- 이경영: 장 형사 역
- 장세진: 늑대 역
- 장동직: 오 형사 역
1995년, 나는 영화관 대신 비디오 가게를 서성이는 날이 많았다. 조금 쓸쓸했던 그 시절, 작은 동네 비디오 가게 구석 어딘가에서 찾아낸 VHS 테이프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런어웨이’. 표지에 비친 젊은 이병헌의 날 선 눈빛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시절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던 내 심정 때문이었을까.
사실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단숨에 빠져들었다. 영화 속 서울은 화려하지 않았다. 강남의 번쩍이는 거리 대신 지하철 역사와 음습한 뒷골목을 빠르게 헤집으며 도망치는 주인공 이동휘(이병헌)의 모습은, 어쩐지 당시 청춘의 초조함과 닮아있었다. IMF 이전, 풍요롭고도 어딘지 불안했던 시대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담긴 듯했다.
김성수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젊음의 단면을 잡아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액션 장면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빠른 속도의 추격전보다 이병헌의 흔들리는 표정이었다. 땀으로 얼룩진 얼굴, 터져 나오는 분노, 그 모든 게 마치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내 마음을 대신해주는 듯했다.
이동휘 형사(이경영)의 집요한 추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가 내뱉는 말들은 짧지만 서늘했다. 마치 현실에서 도망칠 수 없는 불안한 청춘을 붙잡아 다시 원점으로 끌고 돌아가는 듯했다.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더 깊은 미로로 빠져드는 느낌은, 지금의 청춘들이 SNS와 온라인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다 지쳐가는 모습과도 겹쳐진다. 시대는 달라도 청춘의 불안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거다.
배우들이 직접 뛰고 구르며 찍은 생생한 액션도 좋았지만, 오히려 더 좋았던 건 서울의 골목골목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장면들이었다. 깨진 간판과 흐릿한 가로등 불빛, 좁고 칙칙한 계단길. 그렇게 90년대 서울의 숨겨진 얼굴을 보여준 영화였다. 오늘날 화려한 빌딩과 쇼핑몰로 가득한 도심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어두운 골목길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엔딩이 다가올수록 묘하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도망가던 주인공은 끝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그에게는 결국 완벽한 탈출구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삶도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오는, 우리 모두가 사는 서울이 마치 거대한 미로 같다는 느낌 말이다.
세월이 지나고 다시 『런어웨이』를 떠올릴 때마다 느끼는 건, 어쩌면 지금도 우리가 그때의 서울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번듯해 보이는 사회의 이면엔 여전히 어두운 골목이 존재하고, 청춘은 여전히 도망칠 길을 찾고 있다. 이 영화는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직도 기억난다. 영화가 끝난 후 비디오 테이프를 다시 감으며 '나는 어디로 도망치고 싶은 걸까' 생각했던 그 날 밤. 내게 『런어웨이』는 그런 영화였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만의 미로 속에서 도망치고 싶은 밤, 조용히 손을 내밀어주는, 그래서 쉽게 잊을 수 없는 이야기로 남았다.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 위험한 스턴트 장면: 김성수 감독은 한 무술감독의 헌신적인 태도에 놀랐습니다. 이 무술감독은 다른 영화 촬영 중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도 받지 않은 채 "런어웨이" 촬영장에 나타나 자동차에 부딪히는 위험한 스턴트를 강행했습니다.
- 과감한 노출 장면: 당시 주연급 탤런트였던 김은정의 과감한 노출과 수위 높은 정사 장면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자극적인 스포츠 신문 기사를 양산해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불필요한 수중 러브신: 영화에 쓸데없이 수중 러브신이 포함되어 있었고, 필요 이상의 노출로 인해 영화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 스릴러 장르의 도전: "런어웨이"는 당시 스릴러 불모지였던 한국 영화계에서 모처럼 제작된 스릴러 영화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 이병헌의 영화 도전: 이 영화는 이병헌의 두 번째 영화 출연작으로, 그가 영화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작품이었습니다.
관객 반응
- 이병헌의 연기력: 이병헌은 이 영화로 1996년 제34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신인남자배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습니다.
- 스릴러 장르의 도전: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 스릴러 장르가 흔치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습니다.
- 긴장감 있는 연출: 김성수 감독의 연출이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과도한 노출 장면: 일부 시청자들은 필요 이상의 노출 장면과 수위 높은 정사 장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 불필요한 장면 구성: 영화에 포함된 수중 러브신 등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스토리의 완성도: 일부 관객들은 스토리의 개연성과 완성도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과도한 노출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점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아쉬워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
1. 세븐 (Se7en, 1995)
- 줄거리: 노련한 형사 윌리엄 서머셋과 신참 형사 데이비드 밀스는 '일곱 가지 대죄'를 모티브로 한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합니다. 살인자는 탐욕, 나태, 분노 등 인간의 죄악을 상징하는 방식으로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며 형사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합니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두 형사는 점점 더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지고, 마지막 결말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 특징: 어두운 도시 배경, 긴장감 넘치는 전개, 충격적인 반전으로 《런어웨이》와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아이덴티티 (Identity, 2003)
- 줄거리: 폭우로 인해 외딴 모텔에 갇힌 열 명의 사람들이 하나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들은 서로가 연결된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영화는 각 등장인물의 숨겨진 비밀과 정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마지막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납니다.
- 특징: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요소가 《런어웨이》와 비슷합니다.
3. 곡성 (The Wailing, 2016)
- 줄거리: 조용한 시골 마을 곡성에 정체불명의 외지인이 나타난 뒤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주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폭력적으로 변하고, 경찰관 종구는 이를 조사하던 중 자신의 딸까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영화는 미스터리와 공포를 결합하여 점점 더 혼란스럽고 불길한 분위기로 치닫습니다.
- 특징: 미스터리한 사건과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이 《런어웨이》의 스릴러적 요소와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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