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리뷰
- 개봉일: 2020년 8월 5일
- 감독: 홍원찬
- 각본: 홍원찬
- 연출: 홍원찬
- 장르: 범죄, 액션
- 제작사: 하이브 미디어코프, CJ 엔터테인먼트
- 상영시간: 108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황정민 (김인남 역)
- 이정재 (레이 역)
- 박정민 (유이 역)
- 최희서 (서영주 역)
- 박소이 (유민 역)
2020년 여름, 팬데믹이 극장을 휩쓸었던 무렵이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영화관에 들어서면서도 괜스레 두근거렸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고,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 기이한 풍경에서 한편으로는 허전했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나는 그 모든 것을 잊었다.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초반부터 끝까지, 숨 막힐 듯한 긴장감 속으로 나를 몰아넣었다.
영화는 액션 그 이상이었다. 처음엔 황정민과 이정재라는 배우들이 마주친다는 이유만으로 끌렸지만, 이야기가 흐를수록 이 영화가 전하고 싶은 건 단순한 총격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황정민이 연기한 '인남'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외로운 킬러였다. 총구를 내려놓고 싶은 그의 소망은 운명이라는 비웃음 앞에 매번 좌절됐다.
한편, 이정재의 '레이'는 처음 봤을 때 소름 끼칠 만큼 냉정한 인물이었다. 하얀 슈트를 입고 칼을 들고서 무표정하게 적을 바라보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마디로 그는 '매혹적이면서도 잔혹한' 악역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레이의 뒷모습이 쉽게 떠나지 않았다. 복수심으로 점점 깊은 심연에 빠져드는 레이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태국의 이국적이고 뜨거운 풍경 속에서 두 남자의 추격은 더더욱 강렬했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 비좁은 골목길의 숨 막히는 추격전, 총알이 빗발치는 장면들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액션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어두운 내면이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인남은 과거의 죄를 씻기 위해 딸을 구하려 했고, 레이는 자신의 상처를 복수로 덮으려 했다. 결국, 둘 모두가 구원과 파멸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던 질문 하나. 과연 무엇이 진정한 구원일까? 사람은 스스로의 악으로부터 완벽히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질문을 되뇌고 있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매일 매 순간 작은 악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속 인물들이 맞닥뜨린 것처럼, 우리 또한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성공 이유는 사실 복잡하지 않다. 결국 관객들이 본 건 액션이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 깊숙한 갈등이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팬데믹으로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던 그 무렵, 이 영화는 우리 삶의 위태로운 불안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었다.
극장을 나서며 옆자리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는 인남이나 레이 아닐까?" 친구는 웃었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누구나 조금씩은 과거에 얽매이고, 스스로 만들어낸 악에 괴로워하며, 때론 그것과 싸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원은 언제나 멀리 있고, 파멸은 가까이 있지만, 그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 흔들리며 살아간다.
영화가 끝난 후 한참이 지났지만, 나는 가끔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린다. 구원과 악의 경계, 그 위험한 줄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까. 홍원찬 감독은 어쩌면 영화 제목 그대로, 우리가 매 순간 '악으로부터 구원받고 싶다'고 외치는 내면의 목소리를 예리하게 그려낸 게 아닐까 싶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단순히 액션과 스릴을 제공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구원받고자 발버둥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생생한 울림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 캐스팅 과정: 감독 홍원찬은 이정재를 '레이' 역할의 최적의 배우로 생각했고, 이정재가 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수락했다고 언급했습니다.
- 캐릭터 설정: 이정재가 연기한 '레이' 캐릭터는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설정되었습니다. 감독은 캐릭터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더 무서운 인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 액션 장면: 영화는 사실적인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이는 이정재의 액션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 등급 조정: 처음에는 15세 관람가를 목표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18세 등급을 받아 일부 장면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정재의 연기 장면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스핀오프 시리즈 계획: 영화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정재가 연기한 '레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시리즈 《레이》(가제)가 글로벌 OTT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관객 반응
- 흥행 성공: 영화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435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는 당시 극장가에서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이었습니다.
- 액션 연출: 사실적인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 배우들의 연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등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 국제적 인정: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 스토리 전개: 일부 관객들은 복잡한 스토리라인으로 인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 캐릭터 설정: 일부 캐릭터들의 동기나 행동이 불명확하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 폭력성: 18세 등급을 받아 일부 장면을 수정해야 했던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과도한 폭력성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 기대 대비 실망: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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