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리뷰
- 개봉일: 2022년 8월 10일
- 감독: 이정재
- 각본: 이정재, 조승희
- 연출: 이정재
- 장르: 액션, 드라마, 스릴러
- 제작사: 사나이 픽처스, (주)아티스트스튜디오
- 상영시간: 125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이정재 (박평호 역)
- 정우성 (김정도 역)
- 전혜진 (방주경 역)
- 허성태 (장철성 역)
- 고윤정 (조유정 역)
- 김종수 (안기부장 역)
- 정만식 (장처장 역)
2022년 8월, 무더운 여름.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어두운 좌석에 앉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살짝 기대했던 것은, 사실 배우 이정재가 아니라 감독 이정재였다. 그가 배우로서 아닌 감독으로서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궁금했고,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 상영관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첫 장면부터 80년대 그 혼란했던 시대를 정통으로 맞은 기분이었다.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 두 남자의 팽팽한 대립은 처음엔 차갑고 날카로운 바늘 끝 같았다. 이정재와 정우성의 시선 교환만으로 극장 안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그리고 어느새 나조차 그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 두 사람의 대결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었다.
이 영화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지 첩보물이라서가 아니었다. 역사 교과서에 담긴 사건들이 화면 위에서 생생히 재현될 때, 익숙한 사건들도 새로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아웅산 폭탄 테러, 이웅평 귀순 사건,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까지. 그 역사적 사실들은 영화 속에서 거대한 음모의 일부로 재탄생했고, 그 덕분에 지금 우리 시대에도 통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현실처럼, 영화 속 세상도 온통 불확실했다.
무엇보다 두 주연 배우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정재가 연기한 박평호의 눈빛은 신뢰와 의심, 둘 사이를 계속해서 흔들렸다. 한편 정우성의 김정도는 신념을 품고서도 그 신념이 흔들릴까 두려워하는, 어딘지 고독한 남자였다. 두 사람의 관계가 계속해서 바뀌는 걸 보면서, 나는 문득 우리 삶 속의 수많은 인간관계가 생각났다. 믿고 싶지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믿음과 의심이 뒤섞인 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 말이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건 화려한 액션보다, 오히려 캐릭터들의 내면 갈등이었다. 신념을 지키려던 자는 결국 희생당하고, 의심을 품었던 자는 살아남지만, 마음속에선 끝없이 죄책감과 싸워야 하는 모순된 현실. 이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진실을 좇는 사람과 진실을 숨기려는 사람, 권력과 정의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니까.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친구와 나눈 대화가 기억난다. "결국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 친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지만, 나는 그 질문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지금도 사람들은 뉴스 속에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과 거짓 사이를 헤맨다. 이 영화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향한 날카로운 메시지였다.
해외에서도 이 영화가 통했던 건, 아마 진실을 좇는 것의 위험성과 그 안에 숨어 있는 인간의 불안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정재 감독은 단순히 시대극을 찍은 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의심과 신뢰의 문제를 예리하게 건드렸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난 후 며칠간은 이유 없이 불안하고 긴장된 감정이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헌트』는 결국 인간 내면의 의심과 믿음이라는 두 개의 날을 가진 칼날 같은 영화다. 두 날은 서로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동시에 보완하며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나는 이 영화가 우리 시대에 건넨 가장 중요한 말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마주한 삶의 불확실성과 긴장은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것. 이 영화는 그 흔들림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드러내며 우리를 마주 보게 한다. 그것이야말로 『헌트』가 남긴 가장 깊은 인상이었다.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로케이션 촬영 취소: 원래 해외 촬영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국내에서 해외 로케이션 효과를 내기 위해 CG와 오픈세트를 활용했습니다.
- 80년대 한국 이미지 구현: 이정재 감독은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기존 한국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사용하지 않고, 잘 만든 외국 영화의 깔끔한 이미지를 80년대 한국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 액션 장면 촬영의 어려움: 정우성은 인터뷰에서 두 배우의 나이로 인해 액션 장면 촬영 시 체력의 한계가 금방 드러났다고 언급했습니다.
- 타이밍 조절: 영화 촬영 후 후반 작업, 칸 영화제 출품, 그리고 다음 작품 촬영 일정을 적절히 조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대규모 총격 장면 구현: 총기 사용이 제한된 한국에서 스파이물이라는 설정과 80년대 시대 배경을 활용해 대규모 총격 장면을 자연스럽게 구현했습니다.
관객 반응
- 액션 연출: 화려하고 인상적인 액션 장면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첩보 장르의 충실성: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첩보장르에 필요한 스릴과 박력이 1980년대 상황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웰메이드 영화: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의외로 액션 장르에 충실한 웰메이드 영화"라고 평가했습니다.
- 감독으로서의 성공: "한국 배우가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첫 사례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흥행 성공: 개봉 8일 만에 22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 복잡한 플롯: 일부 외신에서는 "플롯 내용이 상당히 복잡하고 난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캐릭터 관계의 불만족: 버라이어티지는 "캐릭터들의 쫓고 쫓기는 역학관계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평했습니다.
- 서사의 헐거움: 영화 사이사이에 서사의 헐거운 지점들이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 비현실적인 설정: 후반부에 주인공들이 연거푸 터지는 폭탄과 총탄에도 좀처럼 상해를 입지 않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 신파적 결말: 엔딩 신의 신파적 설정이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
- 《강철비》 (2017)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은퇴한 특수요원 엄철우(정우성)는 북한 1호 경호원 곽철우(곽도원)와 함께 남한으로 도피합니다. 두 사람은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에 휘말리게 됩니다. 영화는 남북 관계와 국제 정세를 배경으로 긴장감 넘치는 액션과 정치 스릴러를 선보입니다.
- 《남산의 부장들》 (2020)
1970년대 한국의 중앙정보부를 배경으로 합니다. 김규평(이병헌)은 대통령의 측근이자 중앙정보부 외무팀장으로, 권력의 정점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암투와 음모를 그립니다. 영화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정치 스릴러로, 《헌트》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첩보물입니다.
- 《공작》 (2018)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1990년대 중반, 북한 핵 개발 정보를 입수하라는 극비 임무를 받은 안기부 블랙 요원 박석영(황정민)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는 북한 고위층과 접촉하며 남북 고위층 간의 비밀 회담을 주선하지만, 점차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헌트》처럼 첩보와 정치, 그리고 인간 드라마가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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