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리뷰
- 개봉일 : 2013년 9월 11일
- 감독: 한재림
- 각본: 김동혁 (원작)
- 제작: 주피터필름
- 장르: 시대극
- 상영시간: 139분
-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송강호 (김내경 역)
- 이정재 (수양대군 역)
- 백윤식 (김종서 역)
- 김혜수 (연홍 역)
- 조정석 (팽헌 역)
- 이종석 (진형 역)
극장을 나오면서 친구가 툭 던진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결국 사람 얼굴에 답이 다 적혀 있으면 무슨 재미로 사냐." 농담처럼 내뱉은 그 말이 왠지 영화를 보고 난 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았다.
2013년 가을쯤이었다. 처음엔 그냥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의 연기를 보기 위해 들어간 극장이었다. 하지만 불과 몇 분 만에 나는 김내경의 관상 풀이 하나하나에 홀린 사람처럼 빠져들었다. 송강호는 정말 귀신같았다. 사람 얼굴을 잠시 훑는 것만으로 그의 인생을 읽어내는, 송강호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와 함께 관객인 나조차도 무장 해제되어버렸다.
관상가 김내경은 사람 얼굴 위에서 운명을 읽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인생도 얼굴 위에 드러나는 표정으로 결정되지 않던가. 한때 나는 면접을 앞두고 거울 앞에서 나의 얼굴을 한참이나 응시하며 '과연 좋은 운명이 드러나고 있을까?'라며 혼자 고민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어리석지만, 누구나 그런 순간을 겪지 않았나. 영화 속 김내경처럼 사람의 운명이 눈에 보인다면 조금 덜 불안할까, 아니면 더 괴로울까.
흥미롭게도, 영화는 관상이라는 소재로 인간의 운명을 단정 지으려 하면서도 결국엔 운명이 아닌 인간 스스로의 선택에 집중한다. 특히 이정재가 연기한 수양대군의 모습은 그 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수양의 얼굴 위에 떠오른 역모의 징조는, 결국 그의 권력욕이 만들어낸 스스로의 그림자였다. 송강호의 내경이 점 하나를 더 찍으려 할 때마다 숨을 죽이고 바라봤다. 결국, 운명이란 우리의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을 때, 영화는 이미 절정으로 달리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혜수가 연기한 연홍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녀의 얼굴은 화려하면서도 쓸쓸했고, 그 쓸쓸한 아름다움이 영화 내내 나를 흔들었다. 어쩌면 연홍은 영화 속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 아니었을까. 관상으로 모든 것을 읽으려는 남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조용히 지키던 그녀는 오히려 가장 당당했다. 그녀의 조용하지만 강단 있는 표정에서 나는 '운명'을 읽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정재가 연기한 수양대군은 섬뜩했다. 그 매끄럽고도 서늘한 눈빛, 그의 얼굴에 비친 야망의 상은 내게 현실 정치의 이면을 떠오르게 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관상' 같은 걸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더라도, 결국 사람의 가치를 숫자나 외형으로 재단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이야기였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나는 며칠 동안 씁쓸했다. 과연 사람을 어떻게 판단하고 바라보는 게 옳은 것인지, 운명을 안다고 생각하는 게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 혼란스러웠다. 김내경의 마지막 표정, 허탈하지만 어딘가 담담한 그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내 관상은 어떤지 궁금하다'는 말을 던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생각해보니, 중요한 건 타인의 관상이 아니라 결국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진짜 메시지는, 결국 운명보다 인간이 중요하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였는지도 모르겠다.
『관상』을 다시 떠올리면 결국 사람의 운명이란 무언가로 쉽게 규정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결국 내경도, 수양대군도, 연홍도, 그들 스스로의 선택이 삶을 만들어갔다. 운명이 미리 정해진 것이라 해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느냐가 진짜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관상』은 여전히 우리에게 묘한 위로이자 경고를 보내고 있는 영화다.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 《관상》의 촬영은 2012년 9월에 시작되어 2013년 4월에 종료되었습니다.
- 당초 계획보다 약 2개월 정도 촬영이 지연되었습니다.
- 지연 원인으로는 겨울 날씨, 연말 시기, 사극 장르의 특성, 출연진 일정 중복 등이 지목되었습니다.
- 제작사 주피터필름은 한재림 감독을 상대로 8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제작사 측은 한 감독이 상의 없이 촬영 기간을 지연시켜 제작비가 초과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반면 한재림 감독은 제작사를 상대로 흥행 성공 보수금 2억 2천만 원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1심과 2심 모두 제작사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법원은 한재림 감독이 계약 의무를 위반해 촬영 일정이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한재림 감독의 흥행 보수금 청구는 일부 인용되어, 1억 8천만 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관객 반응
- 뛰어난 연기력: 특히 이정재와 송강호의 연기가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정재의 수양대군 연기는 '인생 캐릭터'로 평가받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대사와 연기를 따라 할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 흥행 성공: 누적 관객 수 913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7위에 오르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 높은 평점: IMDb에서 7.8/10의 평균 평점을 받아 국내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 역사와 픽션의 조화: 역사적 배경과 허구적 요소를 잘 조화시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기술적 완성도: 영상미와 음악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역사적 사실과의 괴리: 일부 관객들은 영화가 실제 역사적 사실과 다른 점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과도한 관객 의식: 일부 평론가들은 영화가 지나치게 관객을 의식한 연출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 캐릭터 해석의 논란: 수양대군을 지나치게 악역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 관상의 과도한 활용: 관상이라는 소재를 비현실적으로 과장되게 활용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 스토리의 예측 가능성: 일부 관객들은 영화의 전개가 다소 뻔하다고 느꼈습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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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조선시대 광해군과 그와 똑같이 생긴 광대 하선이 서로의 역할을 바꾸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승정원일기에서 지워진 15일의 빈 시간 동안 광해군으로 위장한 대역이 조선을 다스렸다는 가정에 기반한 픽션입니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난폭해진 광해는 대역을 찾도록 지시합니다. 왕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하선이 궁에 끌려가 하룻밤 왕의 대역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정치적 음모와 인간적인 고뇌를 잘 담아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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