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리뷰
개봉일: 2002년 10월 24일
감독: 박영훈
각본: 변원미, 송민호,
곽재용
연출: 박영훈
장르: 멜로/로맨스, 미스터리, 드라마
제작사:
씨네2000
상영시간: 110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이병헌: 대진 역
- 이미연: 은수 역
- 이얼: 호진 역
- 박선영: 예주 역
- 지대한: 철현 역
오래된 서랍을 정리하다가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거기엔 어색하게 마주보는 두 사람이 담겨 있었다. 짙은 그림자와 희미한 빛이 공존하는 그 사진은, 어딘지 모르게 내가 예전에 겪었던 어떤 순간을 떠오르게 했다. 영화 「중독」을 봤을 때, 딱 그 사진 속의 공기가 생각났다. 함께 있지만 뭔가 균열이 생긴 듯한, 한 번 금이 가면 되돌릴 수 없는 순간 말이다.
이 영화는 가구 디자이너 호진과 카레이서 대진, 그리고 호진의 아내 은수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분명 한 집에서 다정한 일상을 보내던 세 사람이었는데, 교통사고 하나로 모든 것이 무너진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있었다. 한동안 잘 지낸다고 믿었던 가족이나 친구 관계가, 어느 날 사소한 사건 하나로 급격히 틀어져 버렸던 경험. 영화 속 호진과 대진이 같은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가 되는 장면을 보면서, 예전에 겪은 ‘너무 사소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사건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고 후, 대진은 깨어나 자신이 호진의 영혼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은수는 점차 대진의 언행에서 남편 호진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대학 시절, 한 친구가 여러 사람 앞에서 “아직 네가 안 떠난 것 같아”라며 헤어진 연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을 때, 왠지 모르게 “진짜 그 사람이 네 안에 남아 있는 건 아닐까?”라고 농담처럼 받아쳤던 기억이 난다. 한편으론 사실 그 농담이 농담만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마음 깊숙이 품고 있으면, 정말 그의 흔적을 내 일상에서 곧잘 발견하지 않던가.
영화는 그 미묘한 선을 끝까지 태연히 타고 다닌다. 대진의 행동이 실제로 호진의 영혼 때문인지, 아니면 오래전부터 은수를 원했던 대진의 욕망인지 알 길이 없다. 나도 한창 감정이 뒤엉켜 있던 시절에는, “이건 진짜 사랑인가, 아니면 내가 만족을 얻고 싶은 욕심인가” 하는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 감정에 취해 있다 보면, 정작 본질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니까. 대진이 진짜 호진인지 아닌지는, 결국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그 모호함이 영화의 묘미이자, 내가 과거에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과 꽤 닮아 있었다.
이병헌은 호진의 영혼이 빙의되었다고 하는 대진 역할을 맡았다. 예전에, 내 지인이 갑자기 ‘빙의됐다’며 장난스럽게 말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의 눈빛이 한순간 달라진 느낌이 들어서 살짝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었다. 영화 속 대진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허무맹랑하게 들려도, 그의 태도나 말투를 보고 있으면 진짜인가 싶어 혼란스러워진다. 이미연이 연기한 은수 역시, 그런 대진을 보며 마음이 흔들린다. 남편 호진에 대한 사랑 때문인가, 아니면 대진이라는 존재 자체에 빠져드는 것인가. 사랑과 죄책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은수를 보면서, 내가 겪었던 애매한 감정선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 작품은 개봉 당시 파격적인 소재로도 화제가 되었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도 그 무렵, 의식불명이나 빙의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는 거의 처음 봤었다. 마치 내 어릴 적 동네에 한 번도 없는 새 음식점이 들어선 느낌이랄까. 모두가 “저거 정말 맛있을까?”라며 호기심과 약간의 경계심으로 바라보듯, 이 영화 역시 파격적인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해했었다.
영화 말미, 대진이 호진의 유골을 강에 뿌리는 장면은 여운을 남긴다. 실제로 그가 호진의 영혼을 품고 있었는지, 아니면 끝까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일을 저질렀던 것인지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그 장면에서, 예전에 나와 몇몇 친구들이 밤늦게 강가로 드라이브를 갔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헤어진 연인의 물건을 강에 던지며 “이제 다 잊어버릴 거야!” 하던 친구의 모습. 사실 정말 잊혔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
영화 「중독」이 개봉하고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욕망이란 어떤 모습으로 사람을 흔드는지, 그리고 윤리란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 것인지. 이런 고민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할, 혹은 언젠가는 마주칠 법한 문제일 테니까.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사랑이 욕망인지, 욕망을 사랑이라 착각한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이 영화가 제공하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보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답이 없는 수수께끼가 숨어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를 푸는 일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리라.
이슈 및 관객 반응
이슈
- 베드신 논란: 영화 촬영 단계부터 이병헌과 이미연의 정사신이 중요한 장치로 이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 파격적인 소재: 시동생과 형수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인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받았습니다.
- 이미연의 연기 도전: 이미연은 극중에서 남편과 시동생을 상대로 두 번의 베드신을 촬영했습니다. 특히 시동생 역의 이병헌과의 베드신 촬영 시 이병헌의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 배우들의 고충: 이미연은 인터뷰에서 영화 속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 촬영 내내 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 이미연의 휴식 선언: 이미연은 《중독》을 끝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관객 반응
- 자극적인 소재의 깊이 있는 해석: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를 넘어서 사랑과 중독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배우들의 연기력: 이병헌, 이미연 등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 감정 묘사: 사랑에 중독된 남자와 사랑받는 것에 중독된 여자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개연성 부족: 일부 관객들은 영화의 전개가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은수가 대진을 남편으로 믿는 부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촌스러운 연출: 17년 전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연출이 다소 촌스럽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 도덕적 논란: 형수와 시동생의 부적절한 관계를 다룬 점에 대해 일부 관객들은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 급작스러운 전개: 감정의 변화가 서서히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극의 전개를 위해 급작스럽게 변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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